“초보자가 처음 연주하는 소리가 하프만큼 아름다운 악기는 없을 겁니다. 전문 연주자와 달리 초보자의 손가락은 굳은살이 없어서 더 말랑하고 달콤한 소리를 내지요.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 그렇지 누구나 하프 연주를 들으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거라 확신합니다.”
28일부터 여드레간 진행될 ‘2016 아시아 하프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하프 연주자 곽정(44)씨는 “누가 연주해도 듣기 좋은 악기가 하프”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코리안 하프 페스티벌을 겸해 열리는 이번 하프 축제는 첫날 개막 행사인 ‘하프 마라톤’을 시작으로 내달 4일까지 제1회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 우승자인 마리아 미카이로브스카야를 비롯해 마리아 루이자 레이언, 이노우에 미에코, 방선영, 김아림, 첸유잉, 카트리나 탄 등 국내외 유명 하프 연주자들의 공연을 내달 4일까지 선보인다. 곽씨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폐막 콘서트 무대에 선다.
곽씨는 이번 축제를 주최하면서 하프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8세 어린이부터 80대 할머니까지 아마추어와 전문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계속 쉬지 않고 연주를 이어가는 하프 마라톤을 개막 공연으로 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하프 마라톤과 함께 열리는 ‘하프 테이스팅’은 축제에 참여한 관객이라면 누구나 하프 연주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기획한 행사다. 축제를 주최하는 사단법인 하피데이앙상블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곽씨는 “하프가 어려운 악기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격년으로 코리안 하프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그는 2006년 홍콩 하프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연주한 뒤 국내에도 하프 축제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홍콩 하프 페스티벌이 사실상 코리안 하프 페스티벌의 모태가 됐다. “그때 홍콩에 연주를 갔는데 축제가 열리는 곳이 대형쇼핑몰 가설무대였어요. 처음엔 황당했죠. 그런데 수만 명의 관객이 한 번에 모여 관람하는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객석이 한정된 공연장에서 하면 그렇게 많이 모일 수가 없으니까요. 홍콩 하프 페스티벌이 시작한 이후 홍콩에 하프 붐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에서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곽씨는 하프가 비싼 악기도 아니며 배우기 어려운 악기도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하프가 비싼 악기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어린아이가 연주할 수 있는 싸고 작은 것도 있을 만큼 누구나 접할 수 있다”며 “6개월 정도 연주하고 무대에 서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배우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어릴 적 곽씨의 꿈은 소아과의사였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던 할머니의 제안으로 12세 때 하프를 시작했다. 이후 하프는 그에게 취미가 아닌 삶이 됐다. 그는 “결혼 전만 해도 하프와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하프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다”며 “가장 아끼는 하프의 이름도 베이비로 지었다”고 했다.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하고픈 일도 많다. 곽씨는 “전공자든 아마추어든 하프를 좀 더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전문학교나 연주 캠프를 운영해보고 싶고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를 아시아의 간판 하프 콩쿠르로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며 “내가 사랑하는 악기가 더 많은 분들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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