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입학시험 도중 직접 답안을 적어 제자에게 건넨 교수를 대학 측이 파면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한국체육대 레슬링부 지도교수였던 김모씨가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험감독관은 감독을 할 때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김씨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답안메모를 써서 수험생에게 전달해 부정행위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시험이 절대평가라서 부정행위로 인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없었고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최소한의 체면을 차려주고자 우발적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 제자가 합격해 다른 수험생이 불합격이 된 게 아니더라도 학위 취득에 필수적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계처분은 학교 재량에 맡겨진 것인데, 파면 처분도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고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실시된 이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외국어 시험을 감독하던 중 명함 뒷면에 답안을 적어 제자 A씨에게 건넸다. 대학 측은 같은 해 8월 “이씨가 교육공무원의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씨를 파면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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