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인근 지역사무소 옮길 듯
대체근무지는 삼성 빌딩이 유력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별관을 재건축하고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갑니다. 100여년 만의 최대 변신인데요. 최장 4년이 넘을 걸로 예상되는 공사기간에 지하금고에 들어있는 돈과 1,000명이 넘는 본점 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한은의 고민입니다.
1912년 일제가 건설한 구관(현 화폐박물관)에서 출발한 한은 본점은 1932ㆍ1964년에 지어진 1ㆍ2별관과 소공별관, 1987년 준공된 지상 16층ㆍ지하 3층 규모의 본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가보안시설임에도 주변에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 안전성과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이번에 대대적인 개보수에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1별관 재건축과 본관 리모델링을 동시에 진행할지 내부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은 내부에선 별관 재건축과 본관 리모델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공사하면 50개월 이상 걸리지만 함께 진행하면 공사기간이 30개월 안팎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지하금고 역시 대대적인 정비가 뒤따를 전망입니다. 금융업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증축해 온 터라 현재 한은 지하에는 작은 금고 여러 개가 흩어져 있습니다.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본관 건설 당시 지하금고도 손보려 했지만 계획이 축소돼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 관계자는 “이번에 나눠져 있는 금고들을 통합하고 내진설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한은 지하금고에 보관돼 있는 막대한 현금은 어떻게 될까요? 지하금고에 얼마의 현금이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지만, 수십조원에 달할 걸로 알려지는데요. 한은은 공사기간 내내 본점 인근 지역사무소로 옮겨 보관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전목록에 한은이 보유한 금 104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들 금은 모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한국전쟁 당시 본점 지하금고의 금을 부산으로 제대로 옮기지 못해 금 260㎏을 북한군에게 빼앗겼고, 이후 특수 금고가 설치된 대구 지점에 보관하다가 2004년 영란은행으로 이전을 마쳤습니다.
공사기간 동안 한은 인력의 대체근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물이 모두 삼성 빌딩이란 점도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본점과 가까우면서 최소 필요면적(2만3,000㎡)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 본사와 삼성화재 본사를 대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은 본관과 1별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100여명, 본관 건물 전체 면적은 4만㎡ 수준입니다. 부영그룹이 인수한 삼성생명 건물도 물망에 올랐으나 부영 측에서 해당 건물의 용도를 아직 결정하지 않아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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