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가 임시 지도부 인선에서 배제되자 집단적으로 반발해 또다시 계파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원내지도부 구성을 두고 제기된 ‘도로 친박당’이란 비판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계 중심의 비상대책위와 혁신위원회 인선을 하자 친박계가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새누리당 초ㆍ재선 당선자 20명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정 원내대표가 인선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을 두고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인선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부합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은 우물 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친박계 연판장인 성명에는 김기선 김선동 김진태 김태흠 박대출 박덕흠 박맹우윤영석 윤재옥 이완영 이우현 이장우 이채익 이헌승 함진규 홍철호 등 재선 당선자 16명과 김석기 박완수 이만희 최교일 등 초선 당선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박덕흠ㆍ김선동 당선자는 이날 오전 정 원내대표를 찾아가 1시간 동안 면담을 하고 직접 유감을 표시했다.
비대위는 물론 전례 없이 막강한 권한을 보장한 혁신위까지 강성 비박계 인사로 채워지자 친박계가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성명에 대해 “나는 계파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인선했다”는 말로 에둘러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 원내대표 측은 “계파타령 말라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박계 역시 공개적인 충돌 모양새는 피하려는 듯 자제하면서도 친박계에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비대위원에 내정된 김영우 의원은 “계파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당이 비상상황에서 어렵게 꾸려진 비대위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파 논리로 비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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