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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이려니 했는데…자궁내막증

입력
2016.05.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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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 빨라지고, 결혼ㆍ출산 늦어져…환경호르몬도 원인

20~30대 가임기 여성들이 자궁내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의들은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자궁내막증이 늘고 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가임기 여성들이 자궁내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의들은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자궁내막증이 늘고 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너무나 고통스럽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리통인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다. 생리를 할 때마다 고통이 증가됐다.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자궁내막증이라고 한다.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는지 알 수 없다.”

지난달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은 직장여성 김모(29)씨 사례다. 최근 20~30대 여성들이 자궁내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궁내막에 있는 조직이 자궁내막이 아닌 다른 곳에 붙어 자궁 안에서 일어나야 할 변화가 자궁 밖에서 발생해 주변조직을 해치고 출혈을 유발하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어느 장기에 유착되는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방광과 직장에 달라붙으면 통증과 함께 배변통이 발생한다. 요도에 달라붙으면 성교통이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코 점막에 유착되면 생리 때마다 코피가 난다.

원래 자궁내막증은 40대 이상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2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57.8%가 40~50대이다. 20대는 11.8%, 30대는 28.8%정도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최근 20~30대 자궁내막증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했다.

자궁내막증이 가임기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아직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은 생리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젊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추정된다. 여기에 초경 연령이 낮아졌고, 사회ㆍ경제적 문제로 결혼과 출산이 늦춰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자궁내막증은 임신과 출산을 하면 급격히 줄어든다. 환경호르몬 증가도 문제다. 박성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환경호르몬이 자궁내막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웅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등도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보이지 않는 암’으로 불린다. 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월경통, 월경 전 통증, 성교통, 만성골반통증, 배란통과 함께 허리통증, 만성피로 증상이 생긴다. 증상이 악화되면 말기 암처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투명세포암(Clear cell carcinoma)’로 악화하는 것이다. 주 교수는 “젊었을 때 생긴 자궁내막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난소암 일종인 투명세포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수정이 이뤄지는 나팔관 쪽에 자궁내막조직이 유착되면 나팔관의 운동력이 떨어져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경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임 여성의 20~30%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된다”면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불임 여성은 자궁내막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평소 생리통이 없던 여성이 생리통을 앓거나 심해졌다면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궁내막증은 발견도 어렵지만 진단 후 병변을 수술로 제거해도 만성질환처럼 재발률이 높아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주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 2년간 재발률이 약 20%, 5년간 재발률은 40~50%에 이른다”며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자궁내막증은 예방수단이 없어 치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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