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40대 징역 1년
서울지역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이모(41ㆍ무직)씨는 2014년 3월부터 서울 동작구 소재 사촌동생 A(여ㆍ29)씨의 원룸에서 함께 생활했다. 같은 해 9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박을 시작한 그는 빚이 2,500만원으로 불어나자 빚을 갚기 위해 더 큰 ‘한방’을 노렸다.
이씨는 직장에 다니던 A씨에게 부탁해 저축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아 도박자금으로 쏟아 부었지만 이마저도 모두 탕진하자 “빌린 돈을 도박으로 모두 날렸다”고 사촌동생에게 털어놨다. 두 사람은 급기야 지난해 12월 보일러실 연통을 잘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얼마 뒤 수중에 있던 50만원으로 다시 도박을 시작한 이씨는 운 좋게 1,500만원을 벌자 ‘도박으로 수익을 내서 빚을 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올해 1월 A씨에게 돈을 더 빌려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친구들로부터 1,000만원을 더 빌려 이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씨는 이마저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이씨가 A씨에게 “돈을 다 잃었고 목숨을 끊겠다”고 말하자, A씨는 “그렇게 혼자 무책임하게 가면 어떡하나. 내가 먼저 갈 테니 죽은 내 모습을 잘 정리해준 뒤 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지난 2월 말 A씨의 자살을 도왔다.
숨진 A씨는 자살 당일 직장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A씨가 출근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A씨 집에 찾아온 참이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의 사망 직후 이씨가 방에서 나서는 모습을 수상히 여겨 이씨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았다. 이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나가서 죽으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안 됐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재석)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A씨 집에 함께 살면서 인터넷 도박을 하느라 A씨에게 많은 빚을 지게 하는 등 신병을 비관하게 만들었다. A씨가 자살 결심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줘서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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