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호. /사진=OESN
강정호(29ㆍ피츠버그)가 빠른 공 2개를 제대로 공략했다.
강정호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원정 경기에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올렸다. 팀의 득점을 모두 책임진 강정호의 활약에 팀은 2-1로 이겼다. 강정호는 시즌 타율을 0.292로 끌어 올렸고, 시즌 7안타 중 6개를 장타(2루타 2개, 홈런 4개)로 연결하는 힘을 뽐냈다.
직구에 강한 강정호는 어김없이 빠른 공에 반응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시속 148㎞ 바깥쪽 직구에 허를 찔려 루킹 삼진을 당한 강정호는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같은 속도의 공을 제대로 받아 쳤다. 그러나 날카로운 타구는 유격수 에디슨 러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한번 타이밍을 잡은 7회 2사 2루에서는 달랐다. 이번에도 시속 148㎞ 직구가 날아오자 힘껏 때려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팽팽한 0의 행진을 깨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고, 6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했던 레스터는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강정호의 날카로운 방망이에 '파이어볼러'도 맥을 못 췄다. 강정호는 1-0으로 앞선 9회 1사 후 상대 마무리 투수 헥터 론돈을 상대했다. 론돈은 빠른 공을 잘 치는 강정호를 의식해 6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졌고, 강정호는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7구째 시속 155㎞ 강속구가 들어오자 강정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왼 다리를 들어올리는 레그킥을 하면서도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론돈의 올 시즌 첫 피홈런이다.
한국에서 뛸 당시부터 빠른 공을 잘 쳤던 강정호는 빅리그 첫 해였던 2015년에도 강점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강정호는 지난해 홈런 15개 중 8개를 직구로 연결했다. 직구 타율 역시 0.349로 빼어났다. 올해에도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온 지난 7일 세인트루이스와 복귀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칠 때 직구(투심과 포심)를 공략했다. 또 이날 경기 전까지 높은 직구 타율(0.600)을 기록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컵스에 완벽한 설욕을 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컵스전에서 수비를 하다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 무릎을 심하게 다쳐 수술을 했다. 15일 경기에서는 상대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가 던진 공에 몸을 맞아 양 팀은 경기 후 고의성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흔들리지 않고 이날 결승 2루타와 홈런 1개로 화끈한 무력 시위를 했다.
강정호는 경기 후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7회 득점권 찬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9회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6개 연속 슬라이더가 들어와 마지막에 직구 하나 던질 것이라 예상했다"며 "가운데 실투가 들어왔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좋은 결과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강정호는 복귀 후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 선다. 피츠버그는 17일부터 PNC 파크에서 10연전을 벌인다. 강정호는 "너무 기대되고 빨리 (홈 팬들을) 보고 싶다. 홈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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