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타이거 우즈를 보는 것 같았다.”
골프 선수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우즈의 전성기를 직접 겪은 애덤 스콧(36ㆍ호주)이 1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제이슨 데이(29ㆍ호주)에게 보낸 찬사다.
세계랭킹 1위 데이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ㆍ7,215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데이는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와 버디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우승 스코어는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 1∼4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단독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을 통해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을 푼 그는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이번 대회도 제패하며 세계랭킹 1위의 위용을 과시했다. 시즌 3승째를 수확한 그는 개인 통산 10승을 채웠다. 케빈 채펠(미국)이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이며 추격해 봤지만 데이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데이의 이번 우승은 조던 스피스(23ㆍ미국),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의 ‘빅3’ 구도를 깨고 독주체제 구축을 예고한 우승이라는 평가가 많다. 데이는 최근 10개월 동안 무려 7승을 쓸어 담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가운데는 PGA 챔피언십과 올해 3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매치플레이 등 굵직한 우승이 포함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36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나흘 내내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은 끝에 완승을 거뒀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2000년 할 서튼(미국) 이후 16년 만이다. 데이는 지난 3월 아널드파머 대회에 이어 올해에만 두 차례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1980년 이후 한 시즌에 와이어투와이어를 두 차례 달성한 선수는 2002년 US 오픈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뿐이었다.
189만달러(약 22억1,400만원)의 거액을 챙긴 데이는 시즌 상금 556만달러로 1위에 올랐고 페덱스컵 포인트 부문 역시 애덤 스콧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데이는 “내 생애 커다란 성과 중 하나”라며 “특히 와이어투와이어로 우승해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스피스와 디펜딩 챔피언 리키 파울러(28ㆍ미국)가 컷 탈락으로 일찌감치 짐을 싸 데이를 견제할 선수는 거의 없었다. 매킬로이는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였지만 스콧 등과 함께 공동 12위(합계 7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시우(21ㆍCJ오쇼핑)는 공동 23위, 2011년 이 대회 우승자 최경주(46ㆍSK텔레콤)는 공동 43위에 머물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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