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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뒷맛이 강할 때

입력
2016.05.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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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친구에게서 그 책을 받아 읽었다. 마침 집에 읽을거리도 없었고, 그가 속한 단체에서 집중 토론한 책이라 내용도 궁금했다. 그렇게 받아 읽지 않았다면 나로서는 결코 찾아 읽지 않았을 종류의 책이라서 나는 그것을 수면용으로 읽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 잠들었을 만큼 재미있었다. 맨 앞 페이지에 인용된 괴테의 글이 전체 내용을 암시하고 있었다. ‘색채론’에서 차용한 글이었다. 괴테에 의하면 노랑이 언제나 빛을 동반하는 것처럼, 파랑은 어둠의 특질을 동반한다고 한다. 파랑은 또한 흥분과 안정을 동반하는 일종의 모순된 색이란다. 이처럼 어떤 대상을 통해 상반되는 느낌이나 여러 단상을 묶어가는 것이야말로 지성적 사고의 시작일 것이다. 한 가지 특징만 인지한 사람이 여러 가지를 인지한 사람에 비해 덜 지성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부정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애피타이저 같은 말들을 수없이 꺼내놓곤 한다. 그것이 메인 요리인 줄 알고 배를 가득 채우고 나면 성찬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그 때문일까. 이따금 누군가로부터 잘 얻어먹고 난 뒤 뒷맛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우연히 얻어 읽은 책에서 촉발된 어떤 만남의 석연치 않은 뒷맛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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