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녀가 자주 배가 아프다고 말하고 성장이 더디다면 소아 크론병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또 만약 크론병이라면 초기에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크론병은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 부위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대장 질환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주로 대장 부위에 국한해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에서 항문까지 어디나 병변이 있을 수 있다.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관절염, 발진 등 전신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소장과 대장의 연결 부위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대장·회장·돌창자 말단부·소장 등에서도 발생한다. 크론병은 전체 질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전 소아청소년 층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크론병은 성인과 비교하여 예후가 불량하고 재발이 흔하며 유병기간이 길어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간헐적으로 있거나 학업이 바쁜 경우에는 증상을 간과해 병이 진행된 후에 병원을 찾거나, 소화기 증상이 있어도 민감하지 않거나 잘 참는 점잖은 아이일 경우에는 성장부진으로 진찰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며 "소아 크론병은 성인과 달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소화기영양 분야의 유력 잡지인 JPGN(Journal of Pediatric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에 삼성서울병원의 소아 크론병 환자 3년 치료성적을 연구 발표했다"며 "이 연구를 통해 기존 '단계적 치료(Step-up)'보다 '초기 집중 치료(Top-down)'가 중등도 이상의 소아 크론병에서 더 효과적임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증가하는 크론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만 약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2011년과 비교해 4,000 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20~30대 환자가 총 진료인원의 절반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크론병이 생기는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면역학적인 요인·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2000년대 이후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서구식 식습관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크론병은 특히 흡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이 크론병의 발병은 물론, 재발과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징은 물과 같은 설사·복통·열·체중 감소가 가장 흔한 증상이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부터 증상이 거의 없는 환자까지 환자에 따라 증상의 종류와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꾸준한 연구의 결과로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되었다. 증상과 염증을 완화하고, 장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염증제·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제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치료도 가능하다.
▲ '소아 크론병'
크론병이 '젊은 남성 직장인'에게 발생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의학 상식이다. 크론병 환자의 약 15%가 19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일 정도로 어린 환자가 많은 질환 중 하나다. 특히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는 설사와 염증, 식욕부진 등으로 영양 흡수가 충분치 않아 성장부진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의 10~40%가 성장부진을 호소한다. 만약 자녀가 또래보다 눈에 띠게 갑자기 성장 속도가 늦어지거나 체중이 의도하지 않게 감소할 때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늦어질 때는 아이에게 설사나 복통이 있는지 물어보고, 증상이 있다면 소아 크론병 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항문 주위에 덧살이나 종기가 생길 때도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조기에 크론병을 발견해 치료하면 합병증 발생을 낮출 수 있고, 합병증이 생겨도 더 좋은 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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