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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우연한 만남

입력
2016.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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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엔 늘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내 몰골은 최악인 것만 같고, 기분 또한 최악으로 느껴진다. 우리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는 요즘, 그런 일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커플이 지나가다 “조은 선생님 아니세요?” 하며 남자가 나를 불러세웠다. 나는 그때 ‘이번만 신고 버려야지!’ 하면서 못 버리고 있던 낡은 운동화를 신었고, 등짝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 못한 채 양 손에 짐을 들고 꾸부정하게 걷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당황해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한 달 전에도 그들과 그렇게 스쳤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악물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나는 마음먹고 그가 누구인지 물었다. 놀랍게도 그는 한동안 나와 그리스철학을 같이 공부했던 사람이었고, 직업은 의사였다. 우리는 같이 철학 공부를 하던 그때 정식으로 인사를 했고, 짧은 대화를 몇 번 나눈 적도 있었다. 하느님, 맙소사! 그런 사람을 내가 계속 못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능청스럽게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니. 너무 민망해서 다음에 긴 이야기를 하자며 황급히 등을 보였지만, 진땀이 흘렀다. 만일 어제 나의 상태가 좋았어도 그렇게 행동했을까? 갑작스런 만남은 늘 당혹스럽다.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몰골만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갈 수밖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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