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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물과 뇌물

입력
2016.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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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조건의 유무, 즉 대가성 여부가 이 둘을 가르는 중요한 경계선일 것이다. 통상 법원의 판결 기준도 대가성 여부다. 가족에 주는 선물과는 달리 공직자 등에 대한 선물은 대가성이 농후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물이 5만원을 넘으면 뇌물이 된다. 이 바람에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김영란법 시행령 때문에 5만원 짜리 선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선물이 오히려 의무사항이 된 꼴이라는 것이다.

▦ 영어로 뇌물은‘bribe’다. <뇌물의 역사>라는 책에 따르면 ‘bribe’는 원래 자선이나 자비심을 베풀 때 쓰는 선의의 물건을 일컫던 말이었다. 중세시대에는 아예 선물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선물과 뇌물의 연원이 같은 셈이다. 영국에서는 ‘집에 가다가 모자나 사서 쓰라’며 공무원들에게 푼돈을 쥐여주던 관습에서 뇌물을 ‘hat’ 라고도 한다. 우리도 ‘명절에 떡이나 사 먹으라’는 의미의 ‘떡값’이 있다. 떡값은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인 촌지(寸志)도 있다. 액수는 적지만 대가성 때문에 선물이라 하기 어렵다.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공직사회에 뇌물이 광범위한 현상을 ‘도둑정치(cleptocracy)’라는 개념으로 비판한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삼류국가로 분류된다. 미국 홍콩 대만 스위스 등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에서 매년 뇌물로 오가는 돈이 연간 2,300조원으로 전체 경제규모의 2%에 달한다고 밝혔다. 뇌물은 공무원과 기업의 밀착을 가져와 정부 지출을 늘리고, 빈곤층을 위한 공공지출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게 IMF의 시각이다.

▦ 영어로 선물은 ‘present’인데, ‘현재’라는 의미도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 부인 엘리너가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we call it ‘The Present’.” “어제는 역사였고 내일은 미스터리지만, 오늘 만큼은 선물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오늘을‘The Present’라고 부르는 이유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은 저서 <The Present>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현재의 순간, 지금”이라 했다. 마음에 깊이 새길 말들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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