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을 찍은 40대 중반의 베테랑 골퍼가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20년차 모중경(45)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모중경은 15일 대전의 유성 컨트리클럽(파72ㆍ6,796야드)에서 끝난 KPGA 코리안투어 매일유업 오픈(총상금 3억원ㆍ우승상금 6,000만원) 4라운드에서 이글1개, 버디 5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가 된 모중경은 강경남(33)을 3차 타로 제치고 우승했다. 1996년 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괌 오픈에서 깜짝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모중경은 국내 무대에서 2000년부터 2년 간격으로 총 4승을 따냈다. 마지막은 2006년 7월 SBS 가야오픈이었다. 이번에 10년만이자 통산 5승째를 수확했다. 해외까지 포함하면 2008년 아시아투어 상하 타일랜드 PGA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2005년 매경오픈 최상호(당시 50세)ㆍ2007년 금호 아시아사 오픈 박남신(당시 48세)에 이어 KPGA 역대 3번째 최고령 우승자로 재탄생 하기까지 모중경의 도전은 눈물겨웠다. 지난해 상금랭킹 68위에 그쳐 투어 시드를 잃으면서다. 12개 대회에 나섰지만 최고 성적은 군산CC오픈에서 거둔 공동 18위였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0대 중반에 Q스쿨 재도전에 나서 5위를 차지했고 어렵게 투어 카드를 되찾았다. 그리고 집념의 모중경은 올 시즌 3번째 대회 만에 마침내 KPGA 정상을 탈환했다.
모중경은 슬하에 아들 둘을 데리고 있다. 누구보다 가족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는 물음에 “작은 아들이 요즘은 왜 트로피를 더 안 갖고 오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오늘 집에 가면 활짝 반길 것 같다”고 웃으면서 “국내에서는 10년, 해외 투어에서는 8년 만에 우승이라 얼떨떨하다. 그 동안 뜻대로 잘 안 돼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투어카드를 잃고 QT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느낀 바가 많았다. 어렵게 시드를 획득한 뒤 우승해 기분이 좋다. 더욱 집중해서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도록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안도은(25ㆍ호주)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임한 모중경은 1번홀(파4) 버디와 2번홀(파5) 이글을 묶어 단숨에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집중력을 앞세운 퍼팅으로 전반에만 5타를 더 줄여 경쟁자를 따돌렸다. 9번홀(파5)에서 내리막 장거리 파 퍼트를 잡을 만큼 퍼팅감이 좋았다. 그러나 16번홀까지 지키는 골프로 파 세이브를 이어가는 사이 강경남이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1타 차로 추격했다. 위기의 순간 모중경은 17번홀(파4)에서 2번째 샷을 홀 1m 거리까지 붙인 뒤 버디를 잡고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강경남은 17번홀 보기로 순식간에 3타가 벌어지며 합계 15언더파 273타 준우승에 만족했다.
3라운드 단독 선두로 깜짝 스타 탄생을 예고했던 호주 동포 안도은은 14언더파 274타로 3위에 자리했고 개막전 동부화재 오픈 우승자 최진호(32ㆍ현대제철)는 4위(13언더파 275타)를 마크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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