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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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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

입력
2016.05.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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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별도 제재는 없어

한진ㆍ한화ㆍCJ 등 수사도 속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확인하고,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난해 2월부터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이래 첫 번째 제재 사례다. 현재 진행 중인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다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현정은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에이치에스티(HST)와 쓰리비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부당 지원을 한 행위를 적발하고, 이들 네 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2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부당 지원 규모가 큰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프린터와 스캐너 등을 유지 보수하는 HST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점용 복합기(154대)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4억6,000만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겨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기존에 거래하던 제록스와 직접 거래가 가능함에도 ‘제록스 →HST →현대증권’ 식으로 중간 거래 과정에서 HST를 넣어 중간 수수료, 즉 ‘통행세’를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거래 시 월 16만8,300원이던 복합기 1대 가격은 HST가 중간 거래에 참여하면서 18만7,000원으로 높아졌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HST는 현 회장의 동생 지선씨, 남편 변창중씨가 주식의 90%를 갖고 있는 회사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HST 직원이 작성해 현대증권에 보낸 ‘우리가 제록스 앞에 서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메모지도 확보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았음에도 이를 중도해지하고 쓰리비와 3년간의 택배운송장(택배를 보낼 때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는 용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쓰리비는 2009년 외국 정유업체 에이전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계약 전에는 택배운송장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30~40원대의 시장가보다 비싼 55~60원의 계약을 맺어 쓰리비가 3년 동안 14억원 가량의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쓰리비는 현 회장의 조카와 변창중씨가 100% 주식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지난해 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받을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판정 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총수 개인에게도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현정은 회장 개인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 회장이 직접 사익 편취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제재할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다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한진그룹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하이트진로와 한화, CJ그룹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일감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된 현대그룹.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된 현대그룹.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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