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매달 수백만원 거둬
감독에 금품ㆍ향응 제공 의혹
수도권 한 대학 농구부 학부모들이 매월 수십만 원의 불법 찬조금을 거둬 감독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가 진상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감독은 금품수수 등은 부인하고 있다.
13일 본보가 입수한 2014년 A대학 B선수 명의의 계좌와 학부모회 회계장부 등을 보면 200만, 300만원 등의 뭉칫돈이 ‘접대’ 명목으로 수시로 빠져나간 흐름이 적혀 있다. 계좌에는 선수들의 학부모 10여명이 매월 40만~80만원씩 입금한 내역이 찍혔다.
이런 관행은 지난해와 올해도 계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부모들이 올 들어 주고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3월 회비 공지합니다. 대만전지훈련 숙소비 초과부분과 일본 훈련 일정이 있는 관계로 60만원입니다’라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장부 등은 B선수의 아버지 C씨가 제공한 것이다. 2014년 이 대학 농구부 학부모회 회장 겸 총무였던 그는 D감독을 접대했던 술집 관계자의 음성파일 등도 내놨다.
C씨는 “관행적으로 찬조금을 거둬 전지훈련, 명절 때 감독에게 술을 사고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감독이 해당 계좌로 발급한 체크카드를 쓰고 다닌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운동부 찬조금 등은 명백한 불법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학교 운동부 관련 후원금을 회계에 편입시켜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제도화했다. C씨의 주장대로라면 뿌리 깊은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D감독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해당 학부모 개인이 회비를 멋대로 써놓고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명예훼손 고소 등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찬조금 실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시인했다. D감독은 “학부모들이 회비를 거둬 식사는 한 적이 있다”며 “선물 등도 개인이 한 게 아니라 십시일반 공동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운동부 관리부실 등 문제가 불거지자 조사에 나선 상태다. 감독이 학부모 돈을 받아 경비로 쓰고 그 비용을 학교에 이중 청구했다면 횡ㆍ유용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부모들이 돈을 걷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해 관련자에 대해서는 조치하고 찬조금 관행이 없어지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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