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참석자들 경력ㆍ취향 등 예습
1당 우상호 원내대표부터 대화
정진석에 “팔씨름왕 잘 버틸 듯”
박지원엔 “원내대표 세 번째… 달인”
朴 대통령은 3당 발언 끝까지 경청
鄭 “예각의 대화 한 순간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ㆍ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 원내지도부의 첫 청와대 회동은 웃음이 만개한 인사로 시작해 여야 모두 만족감을 표하며 마무리됐다. 국회와의 협치와 여야 소통에 애쓰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자리로 역대 회동과는 달리 야당 측에서 “협치(協治)라는 틀에서 진전됐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호평이 나왔다.
13일 오후 2시 57분부터 4시 25분까지 88분 간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지도부의 의견을 경청하며 발언시간을 할애했다. 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개원하기에 앞서 청와대ㆍ정부와 논의할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도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이 발언할 내용을 A4용지 두 장에 담아 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 모두에게 나눠주고서 그 내용을 읽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ㆍ박 원내대표가 ‘프레지던트십’에 대한 예우를 갖췄고, 박 대통령도 진전된 입장으로 화답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예각의 대화가 오간 순간이 내 기억으로는 없다”며 회동이 순조로웠음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꼼꼼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국회와) 소통하지 않는 것을 제가 제일 많이 비난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소통하겠다. 국회와 협력하겠다. 민의를 존중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원내지도부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서 야당의 질문에) 답하실 때 보니 한 꼭지도 빠뜨리지 않으시더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3당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6인의 경력과 취향, 심지어 닮은꼴까지 세세하게 ‘예습’해 회동 초반 웃음을 자아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공식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3당 원내대표는 제1당인 더민주, 2당인 새누리당, 3당인 국민의당 순으로 섰다. 분홍색 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우 원내대표에게 먼저 “등단 시인이 아니시냐”고 운을 뗀 뒤 “정치도 시적(詩的)으로 하시면 잘 풀리지 않을까”라며 첫 인사를 했다. 정 원내대표에겐 “팔씨름 왕이시고 무술도 유단자시니 어려운 일을 잘 버텨내시리라 생각한다”며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도 기대감을 표했다. 박 원내대표에게는 “원내대표를 세 번째 하시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치켜세운 뒤 “경험도 많고 경륜도 풍부하시니 정책도 ‘달인’같이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방송인 유재석씨와 닮았다며 “유씨가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정책도 매끄럽게 잘해달라”고 캐스팅보트를 쥔 3당의 역할을 에둘러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강과 더민주의 파랑이 사선으로 교차한 넥타이를 매 여야의 협치를 상징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이날 배석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념촬영 중 “손 한 번 안 잡으세요”라고 권하자 박 대통령은 우ㆍ정 원내대표와 손을 잡으며 “어떻게요? 이렇게요? 우리 잘 해보자구요”라며 웃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회동 브리핑에서 “여섯 사람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연구를 많이 하셨고 좋은 덕담을 해주셨다”고 평가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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