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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의 기쁨, 감독으로서도 느껴봐야죠”

입력
2016.05.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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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전 감독이 11일 서울 강남 삼정호텔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황선홍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전 감독이 11일 서울 강남 삼정호텔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빵점 가장’과 ‘만점 감독.’

황선홍(48)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에 세 번의 트로피(2012년 FA컵 우승, 2013년 K리그ㆍFA컵 2관왕)를 안겼다. 세밀한 패스와 빠른 축구로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작년 말 “재충전이 필요하다”며 선뜻 지휘봉을 내려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해 11월 29일 ‘라이벌’ 최용수(46)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을 이기고 K리그 통산 99승을 기록했다. 100승에 딱 1승 모자란, 짙은 여운을 남긴‘감독 황선홍’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다 뿌리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부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축구 연수를 마치고 오랜 만에 귀국한 그를 11일 서울 강남의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빵점 가장

그는“선수 때나 감독 때나 난 가장으로 빵점이다”이라고 고백했다. “유럽은 가족을 중시 여기는 문화잖아요. 전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첫 번째가 늘 축구였어요. 아내와 아이들이 다 저에게 맞춰주는 삶을 살았죠. 선수 은퇴하면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했는데 감독을 하면서 오히려 시간이 없었고….”

‘야인’이 된 뒤 아빠, 남편 노릇에 충실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이유다. 작년 말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 현진 양에게 가서 두 달 정도 함께 지냈다.

“아이들이 훌쩍 성장했더라고요. 예전에는 그저 같이 놀아주기만 하면 됐는데 녀석들이 다 커서 각자 고민도 많아지고. (무슨 고민이 많던가요?) 진로 걱정이죠. 그 나이 때 다 그렇듯이.”

몇 년 전 축구 선수를 그만둔 큰 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황 감독은 장남 재훈 군이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자 당장 축구를 그만두게 했다. 현역 시절 자신이 다쳤던 부위라 재활과 보강 훈련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잘 알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아들은 평범한 학생으로 잘 자리 잡았다.

“아빠를 원망할 까봐 걱정 많이 했죠. 실제로 좀 원망도 했고.(웃음)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잘 됐다 싶어하던데요? 하하. 축구를 워낙 좋아해요. 선수 아니더라도 축구 관련 쪽 일을 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 말하는 황선홍 감독.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 말하는 황선홍 감독.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만점 감독

좀 더 쉬어도 될 텐데 그는 뭐에 이끌리듯 또 축구장을 찾았다. ‘빵점 아빠’일지언정 그라운드에서는‘만점 감독’에 가까웠던 그 다웠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를 찾아 수십 경기를 관전하고 헤르타 베를린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이상 독일), AS로마(이탈리아) 훈련을 들여다봤다. 구단들이 민감해하는 경기 전날 비공개 훈련까지 참관했다.

“독일 축구를 보며 스타일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예전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 패스를 주고받고 충실히 빌드 업(수비에서부터 공격으로 가는 과정)을 하더라고요.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받았죠.”

머릿속에 담아둔 선진 축구의 흐름은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한국형 축구’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유럽이 아무리 좋은 축구를 구사해도 우리 현실에 일방적으로 대입시킬 수는 없어요. 제 축구관은 패스와 속도에요. 세밀한 패스와 빠른 공수 전환. 이건 앞으로도 안 바뀔 겁니다. 선진 축구의 좋은 점을 어떻게 하면 내 철학에 접목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는 거죠.”

이런 고민은 그의 꿈과도 맞닿아있다.

황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은 늘 꾸는 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축구를 월드컵에서 펼치기 위한 준비 과정인 셈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기쁨을 감독으로서도 느껴봐야죠. 팬들에게 또 한 번 벅찬 감동을 주고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축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언제쯤이 될까요) 에이, 아직 멀었죠. 지금은 많이 부족하니 더 공부해서 경쟁력을 갖춰야죠.”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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