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발행ㆍ344쪽ㆍ1만3,000원
‘기레기’라니, 도대체 어쩌다 사회의 가장 예리한 눈이자 입이었던 기자에게 ‘쓰레기’라는 최악의 호칭이 따라붙게 된 걸까?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온갖 영화와 드라마에는 부패한 권력의 상징이자 어뷰징만 일삼는 무기력한 모습만 남게 된 걸까?
‘나쁜 뉴스의 나라’는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 기자인 조윤호가 ‘뉴스 파파라치’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기사를 엮은 책이다. 물론 책에서 다루고 있는 ‘참되지 않은 언론’에 대한 비판이 어제오늘의 주제는 아니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과 정파성을 입은 주요 언론사들의 편파보도는 이미 오래된 역사다.
그러나 한겨레나 조선일보의 기사만을 읽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때와 달리, 이제 독자에게는 기사를 ‘선택’해 읽을 무한한 자유가 생겼다. 네이버에는 매일 100여 언론사가 송고한 2만 개 이상의 기사로 가득 찬다. 단순히 어떤 신문을 구독할 것인지만이 아니라, 무한정 쏟아지는 이슈들에서 무엇을 가려 읽을지 결정하는 독자의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나쁜 뉴스의 나라’는 언론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독자의 ‘의심하는 힘’을 강조한다. 왜 집회 현장에는 방송사 카메라들이 즐비한데 저녁 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까. 오늘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 왜 불쑥 내일 대서특필될까. 왜 어떤 기사에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상세할까. ‘세월호’ 이슈와 ‘종북’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 자꾸 등장할까. 모든 기사가 육하원칙의 원리대로 쓰인 것처럼,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도 이 육하원칙 아래 기사들을 의심해 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대한민국에 화제를 일으킨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본 것’과 ‘들은 것’ 중 ‘진실’이 과연 얼마만큼이었는지 되돌아보도록 한다. 주요 진보, 보수 매체들이 공통된 사건을 각기 어떤 ‘야마’로 다루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이념 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언론사와 기업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고 우후죽순 등장한 각종 대안 언론들에 대한 진단을 통해 ‘뉴스의 미래’도 고민했다.
‘나쁜 뉴스의 나라’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선악 잣대만으로 팩트 체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자 일반의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문 1면의 한 줄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는 언론의 어젠다 세팅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성 언론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찌라시’와 ‘음모론’이 그 대안이 될 수 없듯이, 의심이 무차별적인 언론 불신과 혐오로 귀결돼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저자의 말처럼 “시스템을 이해해야 언론과 기자에 대한 비판이 ‘기레기’라는 욕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한소범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