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재임 시절 직접 세운 표지석이 폐기된다고 하니 얼마나 착잡했겠어요.”(금융위 고위 관계자)
폐기 처분 위기에 놓였던 금융위원회 표지석을 인수하기로 한 인물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13일 “표지석은 모집공고 및 관련절차를 거쳐 김 전 위원장에게 본인 부담으로 양도키로 했다”고 공고했다. 오는 21일 정부서울청사로 사무실을 옮기는 금융위는 애초 국가기록원에 표지석을 넘길 생각이었으나 ‘기록물로서의 보존 가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4월 27일~5월 3일 양도신청 공고를 인수자를 모집했다. 희망자가 없을 경우 폐기할 계획이었다.
신청자는 김 전 위원장이 유일했다. 2011~2013년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금융위를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옮기면서 이 표지석을 설치했다. 후배들은 표지석 귀퉁이에 비석을 세운 김 전 위원장의 이름을 넣었다.
김 전 위원장은 표지석을 무상 양도받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은 직접 부담해야 한다. 표지석을 가져가지만 김 전 위원장은 오롯이 보관ㆍ관리만 해야 한다. 훼손하거나 폐기해선 안 되며, 전시도 하지 못한다. 추후 정부가 요구하면 반환도 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인이 세운 것이어서 애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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