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7> “쌈지 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는 바둑 격언이 있다. ‘좁은 곳에서 사는 데 급급하면 대세에 뒤지게 되므로 가능하면 중앙을 향해 머리를 내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 고 조남철 선생의 명저 ‘바둑개론’에 나오는 말이다.
이세돌이 초반에 착실하게 실리를 챙겨서 확실히 유리한 흐름이었는데 상변에서 백△ 때 1로 둬서 흑돌의 안정을 서두른 게 너무 성급했다. 2로 두점머리를 얻어맞게 되자 갑자기 중앙이 백의 세력권으로 변했다.
이제 와서 <참고1도> 1, 3으로 두는 건 백을 더욱 두텁게 해줄 뿐이다. 그래서 이세돌이 외부에 영향을 덜 미치게 하려고 3으로 울타리를 좁혀서 간명하게 살려 했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흑이 상변에서 조그맣게 쌈지 뜨고 사는데 그친 반면 백은 중앙에서 예상 밖의 큰 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세돌이 상변에서 21로 마늘모해서 산 게 중하급자들이 꼭 배워둘 만한 묘수다. 평범하게 <참고2도> 1로 두는 건 2를 선수 당해서 중앙이 완전히 봉쇄되지만 실전은 나중에 흑이 A로 젖히는 수단이 남았으므로 상당한 차이다.
상변에서의 공방은 누가 봐도 백이 대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알파고가 하변에서 B가 아니라 22로 단단하게 한 칸만 벌린 걸 보면 지금은 다시 자기가 유리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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