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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노ㆍ충동 조절 실패 범죄, 주로 얼굴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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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노ㆍ충동 조절 실패 범죄, 주로 얼굴 공격한다

입력
2016.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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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감정 반하는 표정에 흥분…13명 중 8명이 얼굴에 상해

불특정 다수 상대 묻지마 범죄…상반신 노리는 가해 가장 많아

범행적 극도의 불안심리..고립감ㆍ열등감도 범행 원인

분노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타인을 공격하는 ‘이상범죄자’의 경우 피해자 얼굴 부위를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이상범죄의 특성상 피의자들이 자신의 감정에 반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피해자 얼굴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최근 늘고 있는 이상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46건의 관련 범죄를 분석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를 펴냈다고 12일 밝혔다. 얼마 전 검거된 경기 안산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조성호(30)가 “반복적으로 부모를 욕해 참지 못하고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처럼, 분노ㆍ충동 조절에 실패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상범죄를 ▦범행 동기가 개인적 사고에서 비롯되고 ▦피해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아는 사이라도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행동이 동반된 일탈 행위로 규정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이상범죄 유형별로 신체 공격부위를 분류한 내용이다. 전체 분석 대상(46건) 중 피해자 얼굴에 위해를 가한 사건이 23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피해자와의 인간관계에서 유발된 분노와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피의자의 경우 13명 가운데 8명(61.5%)이 의도적으로 얼굴에 상해를 입혔을 정도로 발생 비율이 높았다.

2010년 5월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인삼밭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박모(당시 53세)씨는 자신 소유의 농기구를 만졌다는 이유로 동네 주민 반모(46)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반씨를 넘어트리고 뒤통수를 발로 두 차례 밟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주변에 있던 시멘트 덩어리로 쓰러져 있던 반씨의 머리와 안면 부위를 수 차례 내리쳐 끝내 숨지게 했다.

개인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대중을 상대로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21건)도 얼굴과 상반신 공격이 각각 9건으로 가장 많았다. 2007년 ‘세상이 싫다’며 강원 동해시청 민원실에 침입해 여성 공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최모(45)씨는 피해자 얼굴과 상체를 집중 공격했다. 2010년 7월 부산 감천동에서도 윤모(36)씨가 전혀 모르는 90세 할머니의 등과 옆구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범죄는 주로 갈등과 분노 등 심각한 감정 기복을 겪으면서 끔찍한 범행으로 발전하는데 피의자 기분에 반하는 감정 형태가 타인의 얼굴 표정에 드러날 경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이상범죄 피의자들은 범행 전 극도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ㆍ초조ㆍ우울(14명) 증세와 관련된 심리적 특징을 가진 피의자가 다수였고, 고립감(10명)과 무기력ㆍ열등감(8명)도 적지 않았다. 행동 특성에서도 대인관계(24명)에서 문제가 있거나 폭력(11명) 망상(6명)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인관계 문제와 고립감이 범행 배경이 된 것은 이상범죄자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도움이나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정서적 일탈과 잔혹 범죄의 연관성을 밝힌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상범죄에 대해 보다 세분화한 대책을 마련해 수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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