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월 13일
지퍼(zipper)는 1893년 미국의 한 직공이 불편한 군화 끈 대용으로 고안했고, 지퍼백(zipper storage bag)은 1954년 로버트 버고비라는 이가 봉지를 편하게 묶어보자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흔히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Velcro)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지게 됐다.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1941년 어느 날 개와 숲길 산책을 다녀온 뒤 바지와 개 몸통에 붙은 가시 달린 씨앗들을 떼어 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아무나 늘 겪었을 그 일에 그는 호기심이 생겼고, 현미경까지 갖다 놓고 관찰하며 원리를 탐구했다고 한다. 그는 씨앗의 가시 끝이 갈고리처럼 미세하게 휘어져 있어 올가미 형태의 옷감 섬유에 걸려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원리를 적용해 48년 첫 ‘갈고리 올가미 결속재 hook & loop fastener’를 만들어냈다. 면 섬유 소재가 나일론으로, 폴리에스터로 개량되면서 결합력도 강해졌다. 그는 55년 기술특허를 받고도 성능 개량 작업을 지속했고, 58년 5월 13일 스위스에서 ‘벨크로’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했다. 벨크로는 벨벳을 뜻하는 프랑스어 ‘velour’와 고리를 뜻하는 ‘crochet’의 합성어라고 한다.
60년대 험프리 크립스(Humphrey Cripps)라는 사업가가 그에게 투자를 하면서 그의 회사는 발전의 전기를 맞는다. 벨크로는 지분 변동을 거쳐 2009년 크립스 일가 소유의 개인 회사가 됐고, 그 사이 접착력 등 성능도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이제 벨크로는 단추나 지퍼 대체용으로 시작해 시계 가방 등 생활 소품, 농업ㆍ군수ㆍ의료 ㆍ우주ㆍ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확산됐고, 손바닥 만한 접착포로 100kg가량의 하중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고밀도 고성능 벨크로도 등장했다. 벨크로는 한 해 평균 5만5,000km 가량이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정품만 그렇다는 얘기다.
회사 이름이자 제품 이름인 벨크로는 갈고리 올가미 결속재 일반의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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