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당선자는 요즘 국회의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당내 ‘큰 어른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 당선자는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밥 한 끼 하자’는 청은 기본이고 ‘사무실로 찾아갈 테니 비는 시간을 알려달라’ 하거나 미리 약속 없이 집 앞에 와서 기다리는 분도 있다”며 “심지어 정치권과 전혀 관계 없는 지인이 연락 와서 특정 후보를 잘 부탁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20대 국회 상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제1당 더민주 중진들 사이의 득표전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해지자18대 국회 임채정 의장을 끝으로 8년 동안 여당의 독차지였던 입법부 수장 자리를 향한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이상 6선ㆍ가나다순) 박병석 원혜영(이상 5선)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날 광주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 현장에서도 이들은 틈 나는 대로 당선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다.
최연장자인 문 의원은 ‘큰 형님 추대론’을 띄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국회의장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뽑아서는 안 된다. 입법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공론화 해서 (후보를) 정리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 의원은 “호남 4선을 한 경력으로 당의 약점인 호남 민심을 얻어낼 수 있다”고 공략하고 있다. ‘정세균(SK)계’ 인맥이 발벗고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현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의원은 “우리 당에는 친노(문희상), 범친노(정세균)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무계파인 내가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의정 경험을 적은 손편지를 당선자 전원에게 보냈다. 박병석 의원은 ‘발품 하나만은 1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국을 종횡무진 중이다. 부산에만 두 번 다녀오는 등 초선 당선자를 30명 넘게 일 대 일로 만났다. 원혜영 의원은 4년 전 국회선진화법 도입에 앞장섰던 경험을 내세워 “국회의장이 돼 싸우는 국회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광주=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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