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섞여 땅으로 스며들 때쯤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 숲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무작정 걸으면 탈출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은 끝없이 펼쳐진 숲길에 조용히 묻혀 버렸고 이내 혼자라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공포에 떠는 순간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살다 보면 가장 무서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반가운 이도 사람이다. 한 명의 여행객과 그와 동행한 숲 해설가를 만나 따라 걸으며 잠시 혼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인생의 길은 동반자가 있음에 외롭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한 것 같다. 어두운 숲을 가르고 쏟아지는 햇살에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본다. 제주=왕태석기자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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