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미술시장 홍콩은 서구가 생각하는 아시아 미술, 아시아가 생각하는 서구 미술의 교차점입니다. 정신적 느낌이 강한 단색화는 ‘아시아적’인 철학을 보여줍니다.”
조용익 개인전을 기획한 홍콩 에드워드멀랭 갤러리의 로레인 기앙 멀랭 디렉터는 12일단색화의 인기 원인을 이렇게 평했다.
단색화의 인기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기관 아트프라이스가 내놓은 ‘2015 아트마켓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미술품 경매매출 규모는 7,500만달러(약 898억9,500만원)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아트프라이스도 이를 이례적 소식으로 다루면서 그 원인으로 단색화 열풍을 꼽았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단색화 특징으로 ‘정신성ㆍ촉각성ㆍ행위성’을 꼽는다. 색과 구조를 단순화했다는 점은 서양 미니멀리즘과 비슷하지만, 수행에 가까울 정도로 반복적 행위에 집중했다는 점이 다르다. 때마침 요즘 해외 미술계 유행이 모노크롬쪽이었는데다, 중국ㆍ일본에 비해 한국 작가들이 저평가됐다는 점도 컬렉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멀랭 디렉터는 “2011년 구겐하임 뉴욕의 ‘이우환 영혼의 창조전’ 이후 미술계가 한국의 단색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적극적 마케팅 전략도 빛을 발했다. 단색화를 해외에 소개해온 국제갤러리는 2013년 런던 프리즈 마스터 아트페어에서 단색화 작품을 완판시킨 데 이어, 패로탱갤러리ㆍ화이트큐브 등 유명 갤러리 초대전도 성사시켰다.
해외에 한국미술품을 소개하는 J&S 인터내셔널 아트 프로젝트의 임지현 대표는 “백남준 같은 특정 작가가 아닌 한국의 독자적인 사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단색화”라면서 “그 덕에 한국 추상의 1세대인 김환기 작품도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콩=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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