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제조기’ 손아섭(28)이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 도루 성공률 92.8%에 이르는 확실한 발이 추가됐다. 손아섭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한 타격이다. 2012~13년 두 시즌 연속 최다안타 1위에 올랐고, 2014년에는 2위를 기록했다. 타율 부문에서도 2013년 2위, 2012년과 2014년에는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그는 방망이보다 발이 더 빛나고 있다. 타율도 3할대(0.306)를 지키고 있지만, 무엇보다 12개의 도루를 성공해 13개의 이대형(33ㆍkt)에 이어 1개 차 2위다. 성공률에서는 손아섭이 단연 최고다. 손아섭은 올해 단 1개의 도루만 실패해 성공률 92.3%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5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손아섭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인 선수는 없다. 1위 이대형의 도루 성공률은 76.5%(실패 4회)다. 잘 때리던 선수에서, 잘 뛰는 선수로의 변신이다.
손아섭은 “사인이 나서 뛰는 것도 있고, 내가 판단해 뛰는 것도 있다”며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 건 최만호 코치님 덕분이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작전ㆍ주루 코치를 맡았던 최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작전코치로 롯데에 합류했다. 손아섭은 “예전까지는 무작정 뛰는 스타일이었지만 최만호 코치님께서 상대 투수들의 버릇이나 변화구 타이밍 등에 대해 강조를 해주셔서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뛰게 됐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2013년 36도루(2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그때도 무작정 뛰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0도루, 11도루에 머물렀다. 지난해 도루 성공률은 64.7%였다. 손아섭은 “작년엔 우리 팀의 장타력이 좋기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자제를 하려고 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가 좋아진 데다 최 코치를 만난 손아섭의 발은 더욱 펄펄 날고 있다. 손아섭은 “도루가 쉬워진 느낌이다. 최 코치님이 계시니 든든하다”며 웃음지었다. 최만호 코치는 “손아섭은 원래 자질이 좋은 선수다. 차고 나가는 힘이 좋다. 주력이 좋은 선수다”며 “올해 경험을 하고 나면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손아섭도 도루에 욕심을 내고 있다. 단순 개수가 아닌 성공률이 포인트다. 손아섭은 “앞으로도 도루 성공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팀을 위해서다. 손아섭은 “어쩌다 보니 도루 순위에 올랐지만, 개수보다는 성공률 1등을 하고 싶다. 하나를 하더라도 팀에 꼭 필요한 도루를 해야 한다”며 “도루를 하다 죽으면 흐름도 한 번에 끊긴다. 그런 일이 없도록 팀에 도움이 되는 도루를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부산=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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