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설계자로 널리 알려진 김석철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12일 오전 8시 별세했다. 향년 73세.
1943년생인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건축과를 거쳐 한국 현대건축의 두 거장이라 불리는 김중업(1922~1988), 김수근(1931~1986)에게 건축을 배웠다. 어릴 적부터 천재로 불렸고 대학 때 이미 학교 수업이 따분하다 했던 고인은 26세 때 지금의 여의도와 한강의 형태를 잡은 ‘한강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만들었고 종묘~남산 일대 재개발 계획을 짜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건축 연구소를 만들고 건축잡지를 창간하는 등 우리 건축계를 주도해나갔다.
예술의전당 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캠퍼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지었고,제주영화박물관, 한샘시화공장 등으로 각종 건축상을 휩쓸기도 했다. 쿠웨이트의 자흐라 신도시, 중국 베이징 경제특구,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신도시 등 도시 규모의 기획, 설계 작업까지 진행했다. 건축과 도시설계에 인문학적 정신을 접목하려 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작품을 두고 논란도 있다. 가령 예술의전당의 경우 한국적 미를 살렸을지는 모르겠으나 예술이나 시민을 품기엔 부족한 공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건축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59세가 되던 해에 암이 발병하고 심장 질환까지 앓게 되면서 몇차례 수술을 거치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 와중에도 2013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아 남북이 공동투자하고 중국까지 끌어들이는 ‘압록강 통일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도시설계를 통해 통일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교류와 평화에 기여하자는 아이디어다. 베네치아건축도시대, 뉴욕의 컬럼비아건축대학원, 중국 칭화대, 명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동생이다. 유족으로는 영재(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실장)ㆍ국희ㆍ혜원ㆍ영나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안성 원곡면 산하리. 02-2072-2091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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