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을 입고 스님 행세를 하며 사찰에서 현금을 훔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스님으로 위장하고 사찰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남모(51ㆍ무직)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달 21일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사찰에 승복 차림으로 들어가 사무실 서랍에 있는 45만원 훔쳐 달아났다. 노숙 생활을 하는 남씨는 범행을 위해 사찰 근처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미리 준비해 둔 승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바싹 깎은 맨 머리까지 더하면 영락 없는 스님의 모습.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고 사찰을 드나들기 위해서였다.
남씨는 사찰의 예불시간을 미리 확인, 범행을 계획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에 검거된 후 남씨의 소지품에서는 사찰 전화번호와 예불시간이 빼곡히 적혀있는 40여장의 메모가 발견됐다. 남씨는 소규모 사찰의 경우 예불시간에는 사무실이 비어있는 틈을 노렸다.
경찰 조사 결과 남씨는 지난해에도 서울, 인천, 경기 광명시 소재 사찰에서 910만원 상당의 반지ㆍ현금과 신용카드 3장을 훔쳐 구속됐다가 1월에 만기 출소하고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어릴 적 경남 김해의 한 사찰에서 3년간 생활한 남씨는 불전함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최근 불전함에 자물쇠를 거는 등 방범이 강화되자 스님 행세를 하는 것으로 범행 수법을 바꿨다.
경찰은 남씨의 여죄를 수사하고 유사 범죄 차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석가탄신일은 사찰 방문객이 증가하고 주변이 혼잡해지는 만큼 유사 범죄가 늘어날 수 있어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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