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를 비행해 와 절도 행각을 저지른 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마친 70대 노인을 뒤쫓아가 돈가방을 가로채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멕시코인 M(55)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M씨와 함께 공조한 다른 네 명의 외국인들은 이미 출국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옷과 신발 장사를 하던 M씨 등 외국인 5명은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았다. 멕시코 스페인 페루 국적으로 구성된 이들의 한국 방문 목적은 관광이 아닌 절도. 이들은 소매치기 절도 대상지를 서울로 정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주거지인 마드리드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인천공항까지 약 1만㎞를 오로지 소매치기 건수를 올리기 위해 이동한 셈이다.
입국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이들은 서울 남대문시장 내 환전소 밀집 지역을 찾아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들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가방을 들고 환전을 하는 강모(77)씨였다. 환전을 마친 강씨가 중구의 한 식당에 들어가자 뒤쫓아 들어간 일당은 역할을 분담해 강씨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일당 중 2명이 관광객인양 접근해 말을 걸자, 또 다른 2명은 지도를 펼쳐 강씨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남은 한 명이 가방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이들의 역할 분담은 철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방을 도둑맞은 강씨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방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강씨 자녀들이 보내준 용돈(230만 엔) 등을 아껴 보관해 둔 약 2,300만원 상당의 현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강씨의 신고를 받고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시내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M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네 명은 강씨의 돈을 들고 출국한 이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M씨는 단순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CC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범행 대상 물색에서부터 절도하기까지 치밀하게 역할 분담을 한 정황이 있다”며 “이미 스페인으로 도주한 피의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해 한국 입국 시 검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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