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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전 KBS 사장 수시로 보도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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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전 KBS 사장 수시로 보도 개입"

입력
2016.05.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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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전 KBS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길환영 전 KBS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재임시절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수시로 보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기록한 ‘국장업무 일일기록’(비망록)이 나와 논란이 거세다.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한 길 전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해 그 해 11월 정직 4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김 전 국장은 최근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 비망록은 그가 징계무효소송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김 전 국장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2013년 1월~11월까지 길 전 사장이 KBS ‘뉴스9’에 개입한 총 34건의 지시사항을 날짜 별로 기록했다. 비망록에 기록된 길 전 사장의 주요 지시 내용은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세월호 참사 등 주로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준 사건을 톱 뉴스로 다루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서 “윤창중 사건 속보를 1~5번째 뉴스로 가편집했으나 사장이 전화로 ‘첫 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KBS가 2013년 8월 단독 보도한 ‘국정원 댓글 작업 11개 파트 더 있다’ 보도의 경우에도 길 전 사장이 뉴스에서 뺄 것을 지시했다고도 했다. 결국 이 보도는 애초 6번째 순서에서 14번째로 밀려 방송됐다.

법원에서도 길 전 사장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했음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김도현 부장판사)가 지난달 29일 김 전 KBS 보도국장이 낸 징계무효소송을 기각하며 낸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길 전 사장이 보도본부의 김 전 국장 등 간부들에게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길 전 사장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길 전 사장의 뉴스 보도 개입과 그 개입 내용, 김 전 국장 등 간부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볼 때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적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그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길환영 사장은 KBS의 대표이자 업무 총괄자로서 9시 뉴스 큐시트를 자유롭게 받아볼 수 있지만 (중략)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1일 길 전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길 전 사장의 보도개입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는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한 범죄”라며 “KBS를 망쳐놓고도 떠나면 그만 이라는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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