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목동 인근의 경인고속도로. 친구 김모(22)씨를 태운 채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박모(23)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박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05%의 만취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뿐 아니라 동승자 김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형법상 방조죄)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김씨가 함께 술을 마시던 박씨에게 ‘오토바이로 동네를 한 바퀴 돌자’고 제안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음주운전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람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부추긴 동승자도 형사처벌하고 차량을 몰수하는 내용의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침을 공개한 지난달 24일 이후 이날까지 전국에서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13명이다. 유형별로는 술 취한 운전자에게 차량 열쇠를 제공하는 유형방조 10건을 비롯해 음주운전을 적극 권유하는 무형방조 2건, 부하직원의 음주운전을 묵인한 부작위방조가 1건이었다.
음주운전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술을 판매한 식당 업주도 처음으로 단속됐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2일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화물차 운전자를 상대로 술을 팔아 음주운전을 하게 한 혐의로 업주 권모(54ㆍ여)씨를 입건했다. 권씨는 휴게소에 화물차를 정차시킨 김모(48)씨를 승합차에 태워 식당으로 데려가 술을 판 뒤 다시 휴게소까지 데려다 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79% 상태로 운전하다 황간휴게소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검찰도 음주운전 방조혐의를 적극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 김주필)는 지난달 26일 지인 김모(33)씨와 소주 4병을 나눠 마신 후 김씨에게 차량 열쇠를 건네 운전하게 한 이모(32)씨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이날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인 이후 2주간 음주 교통사고 및 단속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방조 행위 단속에 보다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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