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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일본, 피폭단체들 감격, 아베 정권 외교적 승리 분위기도

입력
2016.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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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일본 아베 총리가 원폭 돔이 보이는 가운데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ㆍ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6년 일본 아베 총리가 원폭 돔이 보이는 가운데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ㆍ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소식에 일본 열도는 “비원(悲願ㆍ비장한 소원)이 마침내 이뤄졌다”며 들떠있다. 일본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 속에 이를 계기로 7월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대서특필하며 미일동맹 강화 차원으로 해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오바마의 영단(英斷)을 평가한다, 일미동맹이 강고하게 심화해 새시대로 들어간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양국에 박힌 역사의 가시를 빼고 견고한 연대로 묶었다”면서 특히 “두 정상의 동반방문이 아베 정권의 ‘매파 색채’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힘을 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사히(朝日)신문은 “미 대통령의 피폭지 방문은 일본의 전쟁책임 논란을 재연시킬 수 있다”며 “일본 정치지도자도 과거 전쟁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차분한 목소리를 전했다.

정치권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환호했다.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은 “일본인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안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은 일미관계가 매우 건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환영했다. 야당인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장관은 “미국 현직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나가시마 아키히사 중의원은 “미국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핵폐기 의지가 살아있음을 각인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해자단체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면서도 숙원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시미즈 히로시(淸水弘士ㆍ73) 사무국장은 교도(共同)통신에 “좀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텐데”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원폭투하 당사국으로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느끼고 71년전의 일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피해자단체의 사쿠마 구미히코(佐久間邦彦ㆍ71)씨는 “핵을 사용한 나라의 현직대통령으로서 각오가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해자 고다마 미쓰오(兒玉光雄ㆍ83)씨는 “우리는 사죄를 요구하지 않는다, 원폭의 공포를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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