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유권자 가중치가 실제보다 높은 잘못된 조사다’(워싱턴포스트), ‘클린턴 진영에 경종을 알려준 조사다’(월스트리트저널). 2016년 미국 대선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굳어지면서, 동일한 사안을 두고 미국 유력 언론들도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에 유리한 아전인수(我田引水)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이고 뉴욕에 본사를 둔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퀴니피엑대학이 ‘주요 접전지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이 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하자, “본선 대결에서 클린턴 진영이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퀴니피액대학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클린턴(43%)이 불과 1%포인트 앞서고,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43%)가 4%포인트나 우세하다. 이는 다른 기관의 조사보다 트럼프 지지율이 훨씬 높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클린턴이 여성 유권자에서 챙긴 우위가 트럼프의 남성표 확보로 상쇄되고 있으며, 3분의2 이상 유권자들이 클린턴의 정직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슷한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여론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경선 시작 직후부터 트럼프 낙마를 위해 관련 폭로기사와 칼럼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WP는 2012년 대선 당시 오하이오 주의 백인 유권자 비율은 79%인데도 퀴니피엑대학은 백인 비중을 83%로 가정해 지지율을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백인 유권자 비율을 4%포인트나 늘리는 바람에 클린턴이 뒤지는 결과가 나왔을 뿐이며, 실제 민심은 이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와 펜실베니아에서도 백인 가중치가 실제보다 2%포인트나 높게 매겨졌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관의 이전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5~50% 지지율로 트럼프를 3~7%포인트 가량 앞서는 추세였다. WP는 또 “2012년에도 퀴니피엑대학은 3개 경합지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했다”며 조사 방법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치러진 웨스트버지니아 주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51% 대 중반 지지율로 힐러리 클린턴(36%대)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두 후보가 이전에 확보한 대의원 수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전체 판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공화당의 웨스트버지니아 경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70% 중반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공화당만 치러진 네브래스카 주 경선에서도 61%대 중반 지지율로 이 주에 할당된 대의원을 모두 차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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