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3당 원내지도부 모레 회동
여소야대 국회와 협치 첫 시도
靑, 소통의 ‘골든 타임’ 놓칠라
3당 지도부 구성 前 회동 추진
취임 후 6번 회동 ‘불통’ 평가
원로들 “대통령, 경청하는 자세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원내지도부의 새 얼굴들과 만나 소통과 협치의 시동을 건다.
집권 4년 차인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 회복 여부는 이번 회동이 계기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3당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인다면 청와대와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의 대화 채널은 활짝 열릴 수 있다. 회동이 끝난 뒤 “역시나 불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박 대통령의 소통 시도와 이란 국빈방문 성과 등으로 만든 정국 반전의 기회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것도 회동이 갖는 이런 무게감 때문이다.
‘소통의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건 이번 회동을 준비하는 청와대가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이다. 한 관계자는 10일 “형식과 의제 등을 두고 고심하느라 회동 시기가 늦어지면 ‘박 대통령이 드디어 변하는 것이냐’는 기대를 갖고 지켜본 민심이 다시 실망할 것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3당의 지도부 구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단 원내 지도부부터 만나기로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국장단 간담회에서 “여야 3당 대표들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이 7월쯤으로 잡히면서 최소 두 달의 공백이 생긴 터였다. 또 청와대는 더민주 정책위의장이 11일쯤 인선되는 점을 감안해, 9일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여야 3당에 13일 회동을 제안하고 동의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회동 일정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발표하게 한 것도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를 일방적으로 불러 할 말만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와 만난 것은 6번에 그쳤다. 국정 핵심과제 관철을 위해선 여야 원내대표단의 법안 처리 협조가 필수적인데도, 여야 원내지도부만 따로 만난 것은 2014년 7월 단 한번이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뒤 웃으면서 헤어지거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박 대통령이 13일 회동에서도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노동개혁·경제살리기 등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국회에 돌린다면, 회동을 위한 회동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에 “박 대통령이 여야를 자주 만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잇달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첫 술에 배 부르려 하지 말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13일 여야가 요구하는 것 중에 들어줄 것은 곧바로 들어주는 등 화답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정부가 국회 도움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은 13일 야당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모습을 보여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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