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축 우려 목소리 커지자
당정, 법개정 가능성도 열어둬
“시행 후 개정” “헌재 결정 보자”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의견 갈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정 불가피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피해를 우려한 농ㆍ수ㆍ축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탓이다. 다만 부패문화 청산에 맞선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청와대와 여야 3당 모두 ‘폭탄 돌리기’를 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 간담회에서 “농ㆍ수ㆍ축산업 피해와 관련한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고, 여러 보완점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ㆍ여당은 내수위축을 가장 우려하며 내부적으로는 법개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국회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수 위축을 우려한 것은 시행령 이상의 차원”이라며 “앞으로 국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문제는 시행령 차원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섣불리 발을 담그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더민주가 “법을 시행해보고 부작용이 있다면 손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신중한 태도인 반면, 국민의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보자”며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제정할 때 김기식 의원이 이런 저런 문제점을 다 지적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해서 여야가 통과시킨 법안”이라며 “시행 이후 부작용이 드러나면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입법부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법 개정 요구가 적지 않다. 더민주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법의 적용 대상과 범위가 너무 넓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어렵다면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비리 척결 차원에서 (김영란법이) 강하게 적용되기를 원하는 반면 실물경제 차원에서는 굉장한 문제가 있다”며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위헌 여부를 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농ㆍ축ㆍ수산업 종사자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 통과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다. 반면 당의 간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월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처리 당시 찬성 토론자로 나서 통과를 강하게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가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떠한 행동은 안 하려고 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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