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자격으로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 하지만 의례적인 축전의 성격이 짙어 중국이 당장의 북중관계 개선보다는 전반적인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0일 시 주석이 전날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중앙위원회에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이 공들여 키워준 귀중한 재산”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중조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축전 발송은 최근까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북중관계를 감안할 때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만하다. 지난 6일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 개막에 맞춰 보낸 축전에선 김정은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시 주석이 직접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점에서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두 차례의 대북 축전 소식을 모두 1면 우측 최상단에 비중있게 게재한 것도 성의 표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연초 4차 핵실험에 이어 이번에 핵 보유국을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중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중국 입장에선 자칫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도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라오스 인민혁명당 서기장, 지난달 20일 쿠바 공산당 제1서기 등에게 보낸 축전과 달리 ‘동지’라는 호칭을 쓰지 않은 것도 유보적인 시각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시 주석의 축전 발송은 북중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를 방지하면서 이를 관리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표면적으로나마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취한 만큼 중국이 6자회담 성사를 위한 관련국간 대화 채널 조성에 나설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현 시점에서 중국은 의례적인 수준이지만 나름의 성의를 보이면서 북한에게 추가 도발과 비핵화 노력 중 택일을 요구한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중관계 개선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 주석의 축전은 최소한의 성의 표시이면서 동시에 6자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중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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