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하원의장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에 제동을 걸면서 브라질 정국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원 탄핵안 표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상원은 예정대로 표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상·하원 간 정면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바우지르 마라냐웅 하원의장은 9일(현지시간) 오전 지난달 15~17일 하원에서 실시된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토론과 표결 절차와 관련해 “정당은 의원 개인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상원으로 넘어간 탄핵안을 하원으로 되돌려 토론과 표결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정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찬성 의견을 당론으로 정해 개인의 자율적인 표결을 방해한 만큼 하원의 표결 자체가 무효라는 지적이다. 하원은 지난달 17일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 367명, 반대 137명으로 통과시켰다.
마라냐웅 하원의장이 탄핵 무효 선언을 한 배경에는 호세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PP) 소속인 마라냐웅은 지난주 부패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에두아르두 쿠냐를 대신해 임시 하원의장을 맡았다. 쿠냐는 하원의장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로 통과시킨 인물이다. AP통신은 “호세프 정부는 최근 진보당에 각료 직을 제의하며 협력을 요구했다”며 “마라냐웅 의장이 탄핵을 원천무효로 만들기 위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헤난 칼레이루스 상원의장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예정대로 11일에 실시할 것”이라며 맞섰다. 그는 “상원은 몇 주 전에 탄핵심판 표결 시행 방침을 밝혔고 특별위원회에서도 탄핵의견서가 채택됐다”면서 표결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온 야권 인사들은 상원의장 편을 들면서 하원의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한 야당 상원의원은 “민주주의를 비웃은 것”이라며 “마라냐웅 의장의 무효 선언은 전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호세프 정부는 “대통령 탄핵 절차가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마라냐웅 하원의장의 무효 선언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혼돈으로 치닫는 브라질 정국의 해법은 결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라냐웅 의장의 무효 선언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상원은 탄핵안 표결을 예정대로 11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서 의원 81명 중 41명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은 탄핵심판을 통해 탄핵안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연방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대통령 탄핵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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