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4> 백△ 때 이세돌이 1, 2를 교환한 다음 바로 위쪽을 3으로 밀고 나간 게 관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3과 4의 교환은 스스로 자기 공배를 메워서 자충 형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라면 본능적으로 꺼리는 법이다. 따라서 이 교환을 보류하고 그냥 <참고1도> 1로 젖히는 게 상식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지금은 백이 2로 한 번 더 젖히는 강수가 준비돼 있다. 보통 때라면 3으로 밀고 나가서 백이 괴로운 모습이지만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A로 자신의 단점을 지키는 게 아니라 먼저 4로 단수 쳐서 5로 잇게 한 다음 6쪽을 이으면 7로 뚫고 나가야 하는데 8로 귀를 지키면 좌하쪽이 온통 백 천지로 변한다. 애당초 알파고가 △로 씌운 것도 바로 이 같은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전에서 이세돌이 알파고의 의도를 재빨리 눈치 채고 슬쩍 수순을 비틀어 3과 4를 먼저 교환한 게 임기응변의 호착이다. 그런 다음 5로 젖히자 이제는 백이 6으로 이을 수밖에 없다. 그때 7로 늘어서 우하귀 흑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이제 백은 <참고2도> 1 정도로 둬서 흑집이 더 이상 불어나는 걸 견제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파고는 아직도 귀에 미련이 남았는지 8로 끊어서 9와 교환한 다음 10으로 젖혔다. 흑돌의 자충을 이용해서 이 부근에서 뭔가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지만 자칫하면 모두 손해수가 될 수도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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