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대 국회, 이것만은 고쳐라
떠나는 의원들이 평가한 19대 국회
“하루 수백 개씩 법안 처리…
표결 직전에야 리스트 받기도”
“힘 있는 의원들, 의회를 거수기로
사실상 두세 명이 나라 움직여”
“상임위 본회의 언제 열릴지 몰라
의원, 장관, 공무원 모두 시간 낭비”
19대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은 이달 말 문을 열 20대 국회를 향해 ‘일하는 국회’, ‘바로선 국회’, ‘통하는 국회’를 주문했다. ‘20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바꿔달라’고 당부한 내용들은 지난 4년 온몸으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탄 없는 조언들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의원들이 20대 국회에 희망한 것은 일하는 국회였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의 본분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데 국회가 열리는 때를 제외하면 본분에 충실한 사람이 드물다”며 “상시 국회를 통해 입법부 명성에 걸맞은 국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 대한 성찰과 반성도 이어졌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 직전에야 법안 리스트를 받아 읽어, 법안을 검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고, 박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루 수백 개씩 법안을 처리할 땐 내용도 모르고 버튼을 눌러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법안 심사소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물리적으로 국회에서 일 할 시간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상시 국회를 제안했다.
그 다음으로는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독립성을 지켜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여당이 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는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작업을 외면하다 보니, 사실상 나라를 두 세 명이 움직이는 실정”이라며 “(힘을 가진)의원들이 국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무소속 의원도 “여야 구분할 것 없이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삼권분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무소속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만큼 계파나 당리당략이 아닌 초심에 따라 정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백군기 더민주 의원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을 보고 싶다”고 당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3당 체제로 운영될 20대 국회를 향해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 부총리 겸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는 결국 소통”이라며 “진영논리나 당리당략을 뛰어넘는 협치를 정치의 기조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협치를 외면한 국회는 민의를 받들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문식 더민주 의원도 “국가의 중대사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지만 최근에는 의원들 사이에 정보교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국회에 각자도생 문화가 자릴 잡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예측 가능한 국회’에 대한 부탁도 나왔다. 신동우ㆍ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상임위나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몰라 의원도, 장관도, 담당 공무원도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반성했다. 강석훈 의원은 “의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각해 회의가 늦게 시작한 것은 물론 아예 회의 일정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같은 일은 20대 국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여당 의원들은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희망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새누리당 김태환), “최소한 다수결의 원칙은 작동해야 한다”(새누리당 조해진) 등의 이유에서였다. 야당 의원들은 다수결보다 합의를 우선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천과 관련해선 “공천 기준이 지도부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더민주 김영록), “당과 당원, 국민을 위해서라도 공천은 투명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새누리당 신의진) 등의 충고가 이어졌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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