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언론인, 사립교 교사 등
액수 초과한 접대 받으면 과태료
강연 사례금은 공직자, 민간 구분
40일 예고기간 거쳐 최종 확정
“선물 허용해 합법적 촌지 양산
내수 경기 위축 우려” 반발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 사립학교 교사가 직무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제공 받은 금액의 최대 5배)를 물게 된다. 5만원 이상 선물 역시 받을 수 없고,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된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일부 금액을 상향 조정한 것이지만, 경제계 등에선 내수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다. 권익위가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3월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14개월 만이다.
권익위가 발표한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식사비 허용 금액은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규정하는 3만원 상한액(주류, 음료 포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권익위가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식사 대접 비용을 5만~7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에선 물가 상승 요소 등을 감안하지 않고 2003년에 제정된 행동강령을 준용하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자리에 술 한잔을 곁들이기 쉽지 않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해 7월 대국민설문조사 결과, 식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5만~10만원 기준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다수로 나와 식사 비용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이 편집ㆍ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내수경기 위축을 들어 시행령을 “합리적 수준에서 하려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은 최종 결정이 아니라 논의 시작의 기준”이라고 밝혀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인사도 “앞으로 논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액이 일부 상향 조정된 것은 선물과 경조사 비용이다. 기존의 공무원 행동강령에서는 직무관련자에게 원천적으로 선물을 줄 수 없었지만, 김영란법에서는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에 한해서’라는 예외조항에서 5만원 이내로 선물을 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선물의 경우 명절 등 특정 시기에만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농축수산업 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5만원대로는 고가의 한우, 굴비나 와인, 난(蘭) 등의 구입이 어려운 만큼 선물 풍속도도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역으로 5만원 이내 선물이라면, 합법적으로 제공 받을 수 있는 만큼 촌지를 양산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정 자체도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법 적용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권익위 관계자는 “담임 교사나, 수행평가를 담당하는 직무 직접관련자인 교사에겐 원천적으로 선물을 주는 행위가 금지된다”고 말했다.
경조사 비용은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는데, 여기에는 축의금이나 부의금 외 각종 화환, 조화도 포함된다.
외부강연 사례금 상한액에 대해서는 공직자와 민간을 구분해 적용했다. 공직자의 상한액은 장관급은 원고료 등을 포함해 시간당 50만원, 차관급은 40만원 등이다. 다만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의 경우엔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40일간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28일 시행될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한 차례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은 허용하도록 했고, 이번에 정부가 그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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