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확정을 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당내 공식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의원장이 트럼프 지지를 유보한 가운데 트럼프는 라이언 축출을 공언했다. 반면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무시하지 말라고 도리어 공화당을 나무랐다.
8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진행된 다수의 인터뷰에서 당 대권후보 자격으로 라이언 의장을 축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일(라이언의 지지 거부)이 벌어진다면 1분 만에 매우 확실한 대답을 주겠다”며 “지금 당장 답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럴 경우 매우 빨리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7월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의장 자리에서 라이언 의장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위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레인스 프리버스 의장 주선으로 트럼프와 라이언 의장이 12일 만나 이견 조율에 나서겠지만,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언 의장의 경우 트럼프의 11월 대선 패배를 확신하고 있으며, 2020년 차차기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대항마로 나서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의외의 지원군을 얻었다. 트럼프의 대선 후보 확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매케인 의원이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면서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자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우리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자를 선출한 사람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들을 무시하는 건 어리석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자신이 주요 정책 공약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화당 내분과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날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고 중산층과 기업, 모든 (일반) 사람들에 대한 세금은 낮춰야 한다"면서 자신이 내세운 세금 공약이 타협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부자에 대한 감세를 주장했고 소득 최상위 계층의 세율을 39.6%에서 2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입장을 180도 선회한 이유와 관련해 "경선 과정에서 미 전역의 많은 노동자 계층과 얘기를 나눴고 그들의 실상을 목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트럼프의 두서없는 정책이 그를 내켜 하지 않는 공화당과의 불화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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