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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다양한 관점서 배우고 싶어요" 학생들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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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다양한 관점서 배우고 싶어요" 학생들 쓴소리

입력
2016.05.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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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대토론회

학생, 학부모, 시민 모여 원탁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앞두고

바람직한 교육법 의견 한데 모아

서울시교육청이 '역사교육, 우리도 할 말 있어요'라는 주제로 9일 개최한 역사교육 대토론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감을 메모에 써 붙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6-05-09(한국일보)
서울시교육청이 '역사교육, 우리도 할 말 있어요'라는 주제로 9일 개최한 역사교육 대토론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감을 메모에 써 붙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6-05-09(한국일보)

“한국사 국정교과서엔 반대합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배우고 스스로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도 학생 의견을 적극 수렴해 수업에 반영해 줬으면 하고요.”(최현지양ㆍ상명고 2년)

“역사는 누구나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과목인데 현장에선 그렇지 못해요. 학생들 관심이 수행평가, 중간ㆍ기말고사, 수능에만 있기 때문이죠.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되면서 역사 수업 시간은 더 재미없어질 거예요.”(박서영양ㆍ서울관광고 1년)

서울 시내 학생, 학부모, 시민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바람직한 역사 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9일 오후 중구 한 빌딩에서 열린 역사교육 대토론회였다. 시교육청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대응, 내년부터 시내 일선학교에 보급할 역사교육 교재를 개발하기 앞서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마련한 자리다.

‘역사교육, 우리도 할 말 있어요’라는 주제로 강북 지역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역사교육 전문가들이 현행 역사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1부 대담, 참석자들이 조를 이뤄 의견을 교환하는 2부 원탁 토론으로 2시간40분 가량 진행됐다.

전문가 대담엔 조희연 교육감,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권오청 서울 가재울고 교사, 심용환 역사강사, 김영미 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 방송인 정재환씨가 참여했다. 권 교사는 역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자동차를 잘 운전하기 위해선 백미러를 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어떻게 살면 좋을지 판단을 할 때 과거는 좋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시교육청 산하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 교수는 친일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교과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자랑스러운 역사, 긍정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역사는 자부심이 아니라 반성을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미씨는 “역사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교육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양성”이라며 “교과서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용환 강사는 “새마을운동을 다루는 수능문제가 과거에는 공과 과를 균형있게 서술하다가 2012년 이후 과오 부분이 빠져버렸다”며 “국정교과서가 나오기 전인데도 특정 부분이 편향되게 서술되는데 국가가 교과서를 만들면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을 넣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탁 토론은 학생끼리, 학부모·시민끼리 10명씩 둘러앉아 원탁별 사회자 진행에 따라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원탁에선 ‘바람직한 역사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주제로 학생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백종호(배문고 3년)군은 “역사는 사안별로 여러 논란과 쟁점이 있는 만큼 학생들이 자신만의 사관(史觀)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더 외우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협력 수업이 바람직한 역사교육”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23일 강남 지역 역사교육 대토론회를, 다음달 4일엔 역사교사와 역사학자가 참여하는 전문가 심포지엄을 연 뒤 역사교육 교재 개발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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