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개社 심판청구서 제출
“법 근거 없이 재산권 침해” 주장
법원 ‘고도 통치행위’ 판단 선례
정부 결정 어떻게 바라볼지 주목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정부의 결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9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정부가 내린 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에 위배됨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그 동안 북한 측에 공단을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정작 우리 정부가 먼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공단가동을 전면 중단해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정부 스스로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위헌소송에는 개성공단 현지에 법인을 둔 108개 입주기업, 개성공단에 영업소를 둔 37개 기업,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업체 18개사 등 모두 163개 업체가 참여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으로 인해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 받은 경우 이를 회복시켜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정부의 공단가동 전면중단 결정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헌법 제23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소장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이 공공의 필요성에 근거한 정당한 결정이었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법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절차와 형식을 갖춰 이번 조치가 이뤄졌는지,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 또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통치행위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심판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가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는 대신,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같은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지난 2월 120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정자산(투자된 금액)과 재고자산(원부자재 등)을 합친 총 피해규모를 8,152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성공단 기업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이명박 정부가 우리 기업의 개성공단 신규 진출 및 투자 확대 등을 금지한 ‘5ㆍ24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했을 때도 사업 중단으로 피해를 본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사법부는 정부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5ㆍ24조치는 ‘고도의 통치행위’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노주희 변호사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법원이 인정하는) 위법성의 범위가 좁아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위헌 소송에서는 위법성의 범위가 보다 넓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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