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29ㆍ세르비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무투아 마드리드 오픈(총상금 477만1,360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스터스급 역대 최다 우승자가 됐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우승 만큼 ‘패자’ 앤디 머레이(2위ㆍ영국)에게도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그가 보여준 뛰어난 스포츠맨십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머레이를 2-1(6-2 3-6 6-3)로 꺾었다. 우승 상금 91만2,900 유로(약 12억원)를 받은 조코비치는 마스터스급 대회에서 통산 29번째 우승을 차지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 전까지는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5위ㆍ스페인)이 마스터스급 대회에서 나란히 28번씩 우승해 최다 기록을 나눠 갖고 있었다. 마스터스 대회는 1년에 9차례 열리며 4대 메이저대회 바로 다음 등급으로 볼 수 있다.
조코비치는 올해 7개 대회에 출전해 5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달 초 마이애미 오픈 이후 약 1개월 만에 우승이다. 머레이와 상대 전적에서도 23승9패로 간격을 벌렸다.
반면 지난해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머레이는 이날 패배로 이번 주 세계랭킹에서 3위로 한 계단 내려서게 됐다. 2위 자리에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ㆍ스위스)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날 조코비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만큼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준 대회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는 승부가 절정에 달하던 마지막 세트에 나왔다.
조코비치는 3세트 4-2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를 지나치게 늦게 넣었다는 이유로 심판에게 타임 바이얼레이션 경고를 받았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장면에서 조코비치가 아닌 머레이가 오히려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머레이는 “조코비치를 기다리게 한 것은 나다. 조코비치는 이미 5초 전에 준비가 돼 있었다”고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결국 조코비치는 3세트를 6-3으로 가져가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머레이는 결과적으로 경기에서 패해 세계랭킹이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머레이의 행동은 상대인 조코비치를 포함해 테니스계의 찬사를 받았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밤 앤디 메러이의 스포츠맨십을 보고 매우 기쁘고 감격했다”면서 “테니스계에 당신 같은 선수가 있어 행운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테니스 코트의 동갑내기 최강자들이 마드리드 오픈 결승무대에서 보여준 훈훈한 스포츠맨십은 그 어떤 화려한 플레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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