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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 심판에게 아쉬운 ‘운영의 묘’

입력
2016.05.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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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 삼성-전북 현대 경기에서 주심이 수원 신세계에게 퇴장을 선언하자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8일 수원 삼성-전북 현대 경기에서 주심이 수원 신세계에게 퇴장을 선언하자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월드컵에 출전한 전직 국제심판에게 “어떻게 심판을 보면 높은 평가를 받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 마디로 “큰 탈(판정 논란) 없는 경기가 최고다”고 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심판 점수를 매길 때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 8일 수원 삼성-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졌다.

수원 신세계(26)는 전반 37분 거친 반칙으로 경고를 받고 약 2분 뒤 스로인을 하려다가 재차 경고를 받아 퇴장 당했다. 신세계는 스로인 전 볼을 잡고 7~8초를 허비했고 터치라인에서 상대 진영 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김종혁 주심은 시간 지연 행위라고 판단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정원(46) 수원 감독을 비롯한 코치, 선수들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신범철(46) 골키퍼 코치도 퇴장 당했다. 수원은 2-3으로 역전패했다. 이에 대해 적절한 퇴장 판정이었느냐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규칙서는 ‘선수가 플레이 재개를 지연하면 경고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지연 행위가 무엇인지도 명시하고 있다. 모두 6가지가 있는데 ‘스로인 또는 프리킥의 실시를 지나치게 지연하기’도 이 중 하나다. 몇 초 이상 시간을 끈다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지나치게’의 범위는 심판 재량이라는 의미다.

FIFA가 시간 지연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둔 이유는 현 스코어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이득을 보는 팀이 고의적으로 시간 끄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규정의 취지를 생각하면 해당 선수가 지연을 한다고 보이는 그 시점이 과연 그 팀에 이득인지 따져보는 것도 심판의 재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세계가 스로인을 머뭇거린 시간은 전반 39분경이었다. 경기는 후반까지 50분 이상 남았고 스코어는 수원이 1-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지나친 시간 지연 행위라고 보기엔 무리다.

김종혁 주심을 잘 아는 관계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규정대로 판정할 소신파”라고 했다. 이런 소신 덕분에 그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고 실력을 지닌 주심으로 인정받는다.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차전 주심을 봤고 한국 주심 중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뻣뻣한 원칙론은 때로 독이 될 수도 있다.

9년 전 일이다.

2007년 11월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수원시청 선수들 5명이 한꺼번에 퇴장을 당해 울산미포조선이 실격승을 거두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축구에서는 한 팀 선수가 7명 미만이면 실격이다. 전반 34분경 A주심이 미포조선에 페널티킥을 준 게 발단이 됐다. 수원시청 선수가 항의하면서 A주심을 손으로 밀쳐 퇴장 당했다. 이어 심판에게 욕을 한 3명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잠시 뒤 재개된 경기에서 수원시청 선수는 스로인 볼을 고의로 심판에게 던져 레드카드를 받아 5번째로 퇴장 당했다. 이 과정에서 격렬히 항의하던 감독도 퇴장됐다.

사건발생 3개월 후 지방의 한 심판 교육장에서 A주심을 만났다. 그는 “그런 상황이 또 와도 똑같이 판정할 거다. 규칙에 한 치 어긋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A주심 역시 타협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 사례를 든 건 A주심이 내린 퇴장 판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심판을 밀치고 욕하면 당연히 레드카드다. 말하고 싶은 건 소신 판정의 결과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수원시청 선수와 감독에 1차 책임이 있지만 부러지되 휘어지지 않겠다는 심판의 대응도 추태의 원인이 됐다.

‘운영의 묘’라는 건 물론 축구 규칙서에 없다. 하지만 축구 심판이라면 늘 염두에 둬야 할 ‘불문율’이 아닐까.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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