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평양을 방문한 영국 BBC 소속 취재진을 구금한 뒤 추방하는 막무가내 행보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BBC는 9일 도쿄 주재 특파원인 윙필드-헤이스 기자가 6일 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뒤 8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BBC는 이어 카메라 기자 매슈 고다드 및 프로듀서 마이아 번을 포함한 3명의 취재진이 9일 북한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들은 지난달 29일 학술교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와 3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동행했다.
북한은 왜곡보도를 BBC취재진의 추방 이유로 들었다.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관리는 이날 외신 기자들을 만나 “윙필드-헤이스는 해명할 수 없는 이유로 평양비행장 봉사일꾼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우리 공화국의 법질서를 위반하고 문화풍습을 비난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직분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 대회 취재차 평양을 방문 중인 윌 리를리 CNN기자는 트위터에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관련한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구금 후 추방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어떤 기사를 문제 삼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윙필드-헤이스 기자가 지난달 말부터 평양에서 보도한 기사 가운데 김정은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 등이 추방의 배경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당시 '북한이 노벨상 수상자에게 문을 조금 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corpulent)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아들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썼다. 그는 또 대학 정문에 있는 김일성 동상 앞에서 촬영하려다 북측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자 "경호원들이 우리가 동상 앞에서 무언가 불경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해 화가 난 것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정원기자 gard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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