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3> 4국 승리 후 이세돌은 하루아침에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초반 3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인간이 만든 신’과 당당히 맞선 너무나 인간적인 투혼에 전세계가 열광했다. 국내 모든 신문 1면에 이세돌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고, 연일 이세돌과 알파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조차 ‘78번째 신의 한 수’를 화제에 올렸고, 이세돌을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 군단에 맞서 인류를 구한 존 코너로 묘사한 패러디도 등장했다. 전국이 ‘이세돌 신드롬‘에 빠져 들었다.
이세돌이 좌상귀에 1로 걸친 다음 2 때 3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벡이 평범하게 <참고1도> 1로 받으면 2로 벌려서 흑이 편한 진행이다. 알파고가 4로 역습을 꾀한 건 당연한 반발이다. <참고2도>의 진행을 기대했을 것이다. 흑이 귀를 차지했지만 백의 두터움이 훨씬 더 빛나서 이건 흑이 불만이다. 이번에는 이세돌이 5로 반발했다. 이후 13까지 실전 진행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정석 수순이다. 서로 상대의 주문을 거부하고 조금씩 양보한 결과로 <참고1도>와 <참고2도>의 절충형인 셈이다.
네 귀가 대충 마무리되고 이제 중반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알파고의 다음 착수가 어디일지 궁금했는데 14로 우하쪽을 지그시 눌러 갔다. 앞서 대국에서 여러 차례 나왔던 것과 비슷한 어깨 짚기로 역시 알파고다운 발상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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