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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北 ‘先核 노선’ 천명… 비전 없는 고립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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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北 ‘先核 노선’ 천명… 비전 없는 고립의 길로

입력
2016.05.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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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

개혁 개방조치 등 내용 없고

핵개발 고수 미군 철수 되풀이

“핵 선제 불사용ㆍ남북 긴장 완화”

일부 유화 메시지 내놨지만

‘버티고 보자’ 식 입장은 여전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핵의 선제 불사용과 남북 긴장완화 등 일부 유화적 메시지를 밝혔다. 하지만 핵 보유국 지위를 천명하면서 핵개발 의지를 고수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외개방이나 시장주의적 요소도입 등 김정은식 개혁ㆍ개방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도리어 전 사회의 김일성ㆍ김정일주의화를 내세워 사상ㆍ문화 통제를 강화하고 경제 역시 국가계획과 관리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 변화의 비전은 없이 3대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껴안은 채 고립과 퇴행, 주민 통제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내용이나 의미 있는 제안이 전혀 없다”며 “선군(先軍) 정치에서 선핵(先核) 정치로의 이동”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일성 시절의 옛날 라디오를 틀어놓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8일 김 위원장이 6~7일 이틀간 진행한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1~9면에 걸쳐 게재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앞에 핵 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선제불사용’ ‘핵전파방지의무’(비확산) 를 거론한 것은 향후 북미 협상을 고려한 카드로 보인다. 하지만 핵 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해 한반도 비핵화 대신 ‘세계 비핵화’를 내세운 것은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통한 핵 개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 강화해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는 유화 제스처를 취했으나 군사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심리전 방송 중단 등 과거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또 “누구 하나 우리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인정하면서도 타개책보다는 일종의 버티고 보자는 식의 ‘자강력제일주의’를 내세웠다. 경제에서도 뚜렷한 개혁 방안 없이 공허한 경제 자립의 구호를 되풀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해 신년사에서 “당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보일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결국 핵만 움켜쥔 허황된 ‘선핵 정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당 대회는 결정서 채택, 당 규약 개정 등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사업총화 보고에 비춰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비롯 외교안보 부처는 이날 북한 동향과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평가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를 분석한 뒤 “핵개발 의지에 전혀 변함이 없고 기존의 주장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전날 전화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고, 제재 압박 및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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