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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스타트업 ‘윈윈’ 인수, 왜 국내선 드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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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스타트업 ‘윈윈’ 인수, 왜 국내선 드물까

입력
2016.05.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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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적용돼 지원 끊겨

정부, 장기적 정책 변화 모색해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은 2014년 당시 설립된 지 3년이 조금 넘은 인공지능(AI) 개발회사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다섯 번의 바둑 대국을 벌이는 동안 구글의 시가총액은 58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신생창업기업(스타트업)들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구글이 딥마인드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한 것처럼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각각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스마트싱스와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2014년과 지난해 각각 인수했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의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이 됐다.

이런 스타트업 인수는 서로 윈윈하는 상생 모델로 평가받는다. 대기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상품 개발에 적용하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자회사나 부서로 편입돼 탄탄한 자금력과 개발ㆍ생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을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내비게이션 앱(응용 소프트웨어)을 만든 ‘김기사’를 카카오가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인수 사례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인수될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돼 각종 지원이 끊기고 오히려 족쇄만 차게 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첫 번째 걸림돌로 지목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카카오는 지난달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76개의 규제가 적용돼 스타트업 수준인 40여개 계열사에는 벤처캐피털 투자가 금지되고, 병역특례를 통한 인재 유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인수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진다”면서 “결국 상장을 통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때 드는 비용과 기간을 생각하면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업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혔다. 벤처투자업체 관계자 A씨는 “대기업ㆍ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 기술이나 인력만 빼가고 버릴 것이라는 선입견이 업계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요즘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과거에 투자를 빌미로 기술을 빼갔던 사례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벤처투자 업체 관계자 B씨는 “대기업을 따로 관리하는 제도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정책의 큰 흐름이어서 짧은 기간에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산업계는 상생협력을 통해 스타트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는 장기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에 인수된 스타트업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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