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알력 다툼을 벌인 이른바 ‘KB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물러났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뒤늦게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게 됐다. KB측은 “원래 지급하기로 돼 있던 성과급을 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분으로 조직에 심각한 해를 입힌 이들에게 성과급을 챙겨주는 것이 적절한 지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최근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그 동안 성과급 지급이 보류됐던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그리고 지난 2013년 경영정보 유출로 경징계를 받아 성과급을 받지 못했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 대해 밀린 성과급을 주기로 결정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KB가 전직 최고경영자 세 사람에 대해 그 동안 보류했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으며, 액수 등 세부사항은 막판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KB는 조만간 성과급 지급 액수를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KB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집행임원에게 급여 외에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 형태의 주식성과급(스톡그랜트)을 지급한다. 단기성과급은 직전연도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현금으로 지급하며, 2년 이상 임기를 채운 집행임원에게는 장기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로 퇴임 후 3년에 걸쳐 주가에 연동해 주식성과급을 추가로 챙겨준다.
임 전 회장은 2013년 7월 회장으로 취임해 이듬해 9월 물러나 임기를 1년 2개월밖에 채우지 못한 데다 당시 중징계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직무정지‘를 받은 탓에 회장직을 수행한 대가로 받는 주식성과급(9억원 추정)은 받지 못한다. 다만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회장 취임 직전 3년간 KB금융 사장(2010년 7월~2013년 7월)으로 일하면서 책정된 주식성과급과 사장 임기 마지막 해 6개월 간 일한 단기성과급을 받게 된다. 임 전 회장의 주식성과급 규모는 3년간 2만주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시세(3만3,500원)대로 계산하면 6억7,000만원 가량이며, 향후 3년간 매년 2억원 이상씩 나눠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회장의 단기성과급 역시 4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기를 1년 2개월 밖에 채우지 못한 이 전 행장 역시 주식성과급은 받지 못하지만 지난 2014년 9개월간 재직에 대한 단기성과급을 이번에 받게 된다. 당시 중징계를 받았지만 수위가 약한 ‘문책경고’에 그쳐 성과급 지급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이번에 15억~20억원의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성과급과 2013년 상반기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받지 못한 단기성과급(5억원 추정)을 합친 금액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KB측의 이번 조치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경영권 다툼 당시만 해도 KB측은 ‘클로백(Clawbackㆍ보너스 환수) 제도’를 내세워 이들에게 이전에 지급한 성과급까지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사태가 잠잠해지자 밀린 성과급을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비록 법적으로 성과급을 주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당시 이들의 부적절한 행위로 기업 이미지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걸 고려할 때 거액의 성과급을 다시 챙겨주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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